최종편집 : 2026.09.15 17:34
Today : 2026.09.15 (화)

요즘 눈여겨보는 AI 활용 사례 중에는 공무원과 교사가 만든 것이 많다.
AI에게 원하는 기능을 말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코딩’으로 웹앱을 만들고, 반복하는 일은 에이전트에게 맡긴다. 매일 비슷한 문서를 쓰고 같은 절차를 되풀이하다 보면, 한 번쯤 ‘이걸 꼭 내가 매번 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만든 도구를 써 보면서 그 마음을 짐작하게 된다.
공무원들이 쓰는 한글 문서는 늘 궁금했다. 표와 항목이 반듯하게 정리된 양식을 어떻게 만드는 걸까.
‘쉽다한글’을 만나고 그 궁금증이 풀렸다. 공문서 작성과 서식 작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문서 내용을 쓰기도 전에 양식부터 붙잡고 있어야 했던 사람이라면 반가울 만하다. 누군가 자기 업무에서 겪던 수고를 줄이려고 만든 도구가 다른 사람의 수고까지 덜어주는 것이다.
바이브코딩 수업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성인 학습자들이 AI와 대화하며 웹앱을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면 인터넷 주소가 필요했다. 만드는 데까지는 왔는데 주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꾸 막혔다. 프로그램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서비스인 깃허브를 설명하자니, 이제 막 재미를 붙인 분들이 지레 어렵다고 느낄까 마음이 쓰였다. 그때 AI가 만든 파일을 올리기만 하면 주소가 생기는 도구를 알게 됐다. 딱 내가 찾던 것이었다. 수업에서 막혔던 부분을 누군가 먼저 풀어놓은 셈이다.
최근 본 ‘아! 맞다!’라는 웹앱도 기억에 남는다.
다이소에서 살 것, 올리브영에서 살 것을 적어두고 산 물건에 표시하는 앱이다. 가까운 매장 위치도 지도에서 찾아준다. 대단한 기능이 줄줄이 달린 것도 아닌데 보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매장 앞에서는 생각이 안 나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떠오르는 물건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제목부터 그 순간의 말이었다.
이런 웹앱을 모두 AI 에이전트라고 부를 수는 없다.
웹앱은 필요한 기능을 만들어 쓰는 것이고, 에이전트는 부탁한 일을 마치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골라 여러 단계를 이어서 수행하는 AI다. 다만 두 가지를 쓰게 되는 이유는 가까워 보인다. 내가 늘 하던 일 가운데 번거로운 부분을 덜고 싶은 것이다. ‘1인 1 에이전트’라는 말도 이런 경험에 비춰 보니 조금 다르게 들린다. 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르니 맡기고 싶은 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공개된 애플의 ‘아이폰 듀오’에서도 나는 접히는 화면만큼 새로 탑재되는 AI에 눈길이 간다.
애플은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는 시리 AI를 함께 소개했다. 시리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이번에 소개된 ‘시리 AI’는 하는 일이 사뭇 다르다. 알람을 맞추거나 전화를 걸 때 부르던 시리가 이제는 메시지와 이메일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고, 보고 있는 화면을 이해해 관련 작업까지 이어간다고 한다. 애플은 여러 앱의 정보를 활용해 약속을 달력에 등록하는 사례도 보여줬다. 사용자가 앱마다 들어가 내용을 찾아 옮기던 일을 말로 부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하던 일을 휴대전화로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은 더 간단해질 수 있다. 언젠가는 앱을 직접 만들 필요도 없이 “이거 해줘”라고 말하면 되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어디까지 가능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어렵게 배우는 절차가 계속 그대로 남아 있지는 않을 듯하다.
그래서 AI를 배우는 자리에서 ‘무엇을 만들까요’라는 질문을 조금 바꿔 보고 싶다.
수업을 준비할 때, 서류를 쓸 때, 장을 보러 갈 때 자꾸 손이 가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물어보는 것이다. 공무원과 교사가 자기 업무를 들여다보며 만든 도구들이 내게도 유용했던 것처럼, 각자 겪는 불편 속에 다른 사람도 반길 만한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다.
다음 바이브코딩 수업에서는 이렇게 물어봐야겠다.
“지난주에 하신 일 중에, 또 하려니 귀찮은 일이 뭐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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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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