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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AI', 정말 모두의 것이 되려면

'모두의 AI', 정말 모두의 것이 되려면

지난 8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부에서 정보통신과 AI 정책을 맡는 부처)가 '모두의 AI' 사업자를 발표했다. 전 국민이 무료로 쓸 수 있는 AI 서비스를 실제로 만들고 운영할 곳으로 SK텔레콤·카카오·KT 세 곳을 선정했다. 세 회사 모두 우리가 이미 매일 쓰는 통신사거나 포털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까지 성능 좋은 AI를 쓰려면 각자 구독료를 내야 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예산으로 그 비용을 부담해, 국민 누구나 성능 좋은 AI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모두의 AI'는 돈 낼 필요도, 사용량 제한도 없이 전 국민이 쓸 수 있는 AI 챗봇을 목표로 한다. 공공기관의 여러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AI 비서 역할도 구상에 들어 있다. 9월 중 세 사업자와 정부가 협약을 맺는다. 그 뒤 시범 서비스인 베타 서비스를 거쳐 올해 안에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조건도 하나 붙어 있다. 정부 기준을 통과한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을 절반 이상 써야 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여러 AI 서비스가 그 위에서 움직이는 기본 엔진이라고 보면 된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에이닷엑스(A.X) K2를, KT는 믿:음 K 2.5 프로를, 카카오는 카나나를 이 엔진으로 삼는다. 여기에 LG 엑사원이나 업스테이지 솔라 같은 다른 국내 AI 모델도 함께 쓴다. 지난 6월 이 지면에서 다룬 사건을 기억하는 독자도 있겠다. 미국 정부가 자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클로드 Fable 5'를 다른 나라로 내보내지 못하게 막는 수출통제 조치를 내렸고, 그 바람에 공개된 지 사흘 만에 이 모델이 전 세계 이용자 앞에서 사라졌다. 유료로 사용하는 서비스지만 모델 선택권이 없었다. 서비스 제공 기업과 기업이 속한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모두의 AI'는 이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의 AI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AI를 만들고 운영할 힘을 갖추자는 흐름을 소버린 AI라고 부른다. 그 큰 흐름이 이번에 전 국민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서비스라는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 서비스가 풀려는 문제는 주권만이 아니다. 격차도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는 격차를 접근·역량·활용 세 부문으로 나눠 측정한다. 기기를 갖췄는지, 쓸 줄 아는지, 생활에서 실제로 쓰는지를 보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여기에 네 번째 격차가 더해지고 있다. 크레딧 격차라 부를 만한 비용의 격차다. 돈을 내는 사람은 더 똑똑하고 빠른 고성능 모델을 쓰고, 못 내는 사람에게는 기능이 제한된 무료판만 남는다. 그렇게 챗GPT·제미나이 같은 해외 AI의 무료판에 머무는 이용자가 국내에만 약 2,100만 명이다. 다만 우려도 있다. 나라가 비용을 대신 내도 이 격차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계정 하나를 손에 쥐여준다고 그날부터 모두가 AI를 능숙하게 다루지는 못한다. 동일한 실태조사에서 국민 전체 가운데 AI를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51%인데 고령층이나 저소득층 같은 취약계층에서는 30% 수준에 그친다. 계정을 쥐여주는 일과 그것을 쓸 줄 알게 하는 일은 다르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곳은 중앙의 서버가 아니라 도서관, 복지관, 평생학습관, 학교처럼 사람이 사람을 마주 보고 가르치는 자리다. '모두의 AI'가 출시됐을 때, 그것을 가르칠 사람이 우리 지역에 충분히 있는가. 양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올해 전국 6개 권역에서 AI디지털튜터 약 500명을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500명이 전국 각 지역까지 닿기에는 부족하다.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시군의 상황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이 준비된 곳이 되려면, 이 점검부터 해야 한다. ------------------------ 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AI시대, 우리 지역은 검색되고 있습니까?

AI시대, 우리 지역은 검색되고 있습니까?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누구나 조금은 작아집니다. 간판을 읽을 수 없고, 길을 물을 사람도 마땅치 않습니다. 얼마 전 일본 삿포로를 여행하면서 저는 그 낯섦을 AI와 함께 건넜습니다. 식당에서는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 AI에게 물었고, 골목에서 길을 잃으면 지도와 AI에게 번갈아 물었습니다. 이 동네에서 뭘 먹어야 하는지, 지금 가는 곳은 몇 시에 문을 닫는지도 AI가 알려주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AI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내가 가장 낯선 곳에 있을 때라는 것을요. 여행 중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삿포로의 한 쇼핑몰 인포메이션 데스크에는 직원이 없었습니다. 대신 마이크와 스피커가 놓여 있었습니다. 안내는 AI가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풍경은 머지않아 우리 동네에도 올 것이라고요. 그런데 여행 내내 AI에게 의지하다 보니, 문득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삿포로를 AI로 여행했듯, 전주 한옥마을을, 완주의 산촌 마을을, 부안의 바닷가를 찾는 외국인 여행자도 똑같이 AI에게 묻고 있을 것입니다. “이 근처에서 뭘 먹으면 좋아?” “이 마을에는 뭐가 있어?” “오늘 갈 만한 곳이 어디야?” 그때 AI는 우리 지역에 대해 제대로 답하고 있을까요? AI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지도, 검색 결과, 웹에 공개된 글과 같은 디지털 정보를 바탕으로 답합니다. 우리 가게의 영업시간이 지도 앱에 잘못 올라가 있으면, AI도 잘못 안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을의 축제가 어디에도 글로 남아 있지 않으면, AI의 답변 속에서 우리 마을은 쉽게 밀려납니다. AI 시대에 지역의 경쟁력은 화려한 기술에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디지털 공간에 잘 올려두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다행히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구글 지도입니다. 외국인 여행자가 우리 지역을 만나는 첫 관문입니다. ‘구글 비즈니스 프로필’에 무료로 가게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이름, 영업시간, 메뉴, 사진을 올리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등록보다 갱신입니다. 휴무일이 바뀌면 바로 고치고, 계절 메뉴가 나오면 사진을 새로 올리는 것. 그 작은 부지런함이 AI의 답변을 바꿉니다. 둘째, 검색 가능한 공개 글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든, 홈페이지든, 지역 언론 기사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가게와 우리 마을의 정보가 검색 가능한 글로 남아 있느냐입니다. 우리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 우리 가게의 이야기, 주변 관광지와 연결되는 동선이 글로 존재해야 AI의 답변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화려한 글솜씨는 필요 없습니다. 위치, 시간, 가격, 연락처 같은 정확한 사실이 담긴 글 한 편이, 미사여구 가득한 글 열 편보다 힘이 셉니다. 삿포로의 무인 인포메이션 데스크 앞에서 저는 편리함과 함께 숙제도 보았습니다. AI가 안내하는 시대가 오면, 디지털이 낯선 어르신들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자리 곁에, 사람이 사람을 돕는 자리도 함께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것까지 고민할 때 우리 지역의 AI 시대는 비로소 준비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지도 앱에서 우리 동네 가게들을 검색해본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가게는, 여러분의 마을은 지금 AI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습니까? 오늘 한번 검색해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 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맡길까, 직접 할까… 작은 카페를 알리는 세 가지 방법

맡길까, 직접 할까… 작은 카페를 알리는 세 가지 방법

어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말마다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 가게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했다. 커피도 정성스럽고 공간도 아늑한데, 정작 손님이 많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 좋은 곳을 어떻게 알리죠?" 사장도 아닌 아르바이트생이 가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자랑하고 싶은 일터를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이어진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SNS랑 홍보를 업체에 맡기면 한 달에 얼마나 드나요?" 나는 금액부터 답하지 않았다. 대신 되물었다. 꼭 맡겨야 할까요. 홍보에는 사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편하지만 매달 비용이 든다. 둘째는 사장이 직접 하는 것이고, 셋째는 정부의 교육이나 지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장이 첫째만 떠올린다. 비용이 부담스러우면 홍보를 아예 포기해 버린다. 요즘은 둘째가 꽤 해볼 만해졌다. AI 덕분이다. 홍보 문구를 다듬고, 흐릿한 메뉴 사진을 보정하고, 짧은 소개 영상까지 직접 만들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디자이너와 영상 편집자를 따로 불러야 했던 일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한 대와 약간의 익숙함이면 된다. "맡기면 얼마예요"라는 질문은, 직접 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아직 모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셋째도 선택지가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소상공인의 AI 활용을 꾸준히 돕는다. 마침 지금은 '혁신 소상공인 AI 활용지원 사업'이 7월 3일까지 참여자를 모집한다. 전북의 창구는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다. 다만 이 사업의 성격은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카페 홍보를 대신 해 주는 사업이 아니라, AI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사업화하려는 소상공인에게 맞는 지원금(최대 4천만 원)이다. 사업계획서를 쓰고 발표 평가를 거쳐야 하고, 비용의 일부는 본인이 부담한다. 카페처럼 당장 가게를 알리고 싶은 경우라면, 소상공인24(sbiz24.kr)나 지역 창구에 수시로 열리는 짧은 실습형 교육을 살피는 편이 빠르다. 덧붙이자면 정부 지원은 본인이 직접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 "내가 대신 받아 주겠다"며 다가오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나는 결국 컨설팅을 한 번 받아 보라고 권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내가 직접 만들어 줄 수도 있었다. 십 분이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 주면 다음 행사 때 또 전화가 올 것이다. 그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방법을 안다고 곧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직접 하려면 배울 시간이 있어야 하고,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사업계획서와 발표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하루 종일 커피를 내리고 마감까지 하는 사장에게 이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원 사업은 늘어나는데, 정작 가장 바쁜 작은 가게는 그 혜택을 받기 어렵다. 나는 지난봄, 61억 원을 들인 전북의 AI 교육을 두고 "성과는 어디에서 증명될까"를 물은 적이 있다. 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르바이트생이 자랑하고 싶어할 정도의 가게라면, 사장 스스로가 가장 잘 알릴 수 있다. 다만 방법이 있다는 걸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바쁜 사장에게 그걸 배울 시간과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어제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 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사흘 만에 사라진 AI, 통제권은 누구에게 있었나

사흘 만에 사라진 AI, 통제권은 누구에게 있었나

지난 6월 9일, 미국의 AI 기업 앤트로픽이 새 모델을 공개했다. 이름은 클로드 Fable 5. 회사는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한 모델 중 가장 강력하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 복잡한 문서 작업에서 기존 모델을 크게 앞선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써 본 이용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공개 직후 며칠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복잡한 자료 정리부터 코딩까지 직접 활용해 봤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필자도 공개 기간에 직접 써 보았다. 간단한 웹사이트의 첫 화면을 만들어 보았는데, 맥락을 읽어내는 힘이 그동안 쓰던 도구와 확연히 달라 적잖이 놀랐다. 그런데 사흘 뒤인 6월 13일 금요일 오후, 이 모델이 전 세계에서 사라졌다. 미국 상무부가 수출통제 명령을 내린 것이다. 명분은 국가안보였다. 외국인은 누구도 Fable 5와 상위 모델 Mythos 5에 접근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앤트로픽은 자사 직원 중 외국인도 이 명령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선별 차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전 세계 모든 이용자에게 두 모델을 내렸다. 한국 이용자도 그 순간 접속이 끊겼다. 앤트로픽은 이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기준을 업계 전체에 적용하면 모든 프런티어 모델의 배포가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며, 정부의 개입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앤트로픽은 출시 직전, 주요 AI 연구소들이 함께 프런티어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던 참이었다. 속도를 늦추자고 말한 회사가, 막상 정부가 브레이크를 밟자 그 방식에 반발한 셈이다. 이 사건이 드러낸 건 모델의 성능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쓰고 있다'고 생각했던 도구가, 실제로는 다른 나라 정부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차단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 AI 스타트업 사르밤의 CEO는 이 사건을 두고 "접근과 소유를 혼동하지 말라"고 했다. 구독료를 내고 쓴다고 해서 그 도구를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 현실은 전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북의 소상공인은 가게 홍보물을, 강사는 수업 자료를, 학생은 과제를 해외 AI 도구에 기대어 만든다. 우리는 그동안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거듭 말해 왔다. 그런데 그렇게 익숙해진 도구가 어느 날 남의 나라 결정으로 멈춘다면, 멈추는 것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전주의 가게이고 완주의 교실이다. 도구를 잘 다루는 일과, 그 도구를 우리가 통제하는 일은 분명히 다른 문제다. 더구나 쓰던 도구가 하루아침에 끊겼을 때 곧바로 대신할 것을 찾기 어려운 이에게는, 그 멈춤이 한층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서 소버린 AI 논의가 필요하다. 소버린 AI란 외부 의존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운영할 수 있는 AI 역량을 말한다. 한국 정부가 독자 AI 모델 개발에 재정을 투입하고, 올 11월 전 국민 무료 서비스 '모두의 AI' 출시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국산 모델의 성능은 아직 글로벌 프런티어와 격차가 있고, AI 개발에 필수적인 반도체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한다.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의존의 정도를 낮추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방향이 왜 필요한지를 말보다 선명하게 보여줬다. 한편 이 사안은 현재진행형이다. 앤트로픽 기술팀은 6월 12일부터 백악관 관계자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해가 있었다"며 모델 복구를 추진 중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도구는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통제권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없었다. * 용어 설명 탈옥(jailbreak): AI 모델이 답변을 거부하도록 설계된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모델이 특정 위험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더라도, 특수한 방식으로 질문을 구성하면 그 제한을 피해 답변을 끌어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미국 정부는 Fable 5에서 이런 탈옥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소버린 AI(Sovereign AI): 특정 국가나 기관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개발·운영·통제할 수 있는 AI 시스템 또는 그 역량을 말한다. 데이터 주권, 기술 자립, 안보 등의 이유로 주요국이 자국 AI 모델 개발에 나서면서 주목받는 개념이다. ------------------- 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전북에 새 일꾼이 왔다, AI로 무엇을 바꿔야 할까

전북에 새 일꾼이 왔다, AI로 무엇을 바꿔야 할까

6월 3일, 지방선거가 끝났다. 전북에서도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과 시의원을 새로 뽑았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지역을 맡아 운영할 사람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AI'는 자주 등장한 단어였다. 전북이 지금 AI 산업의 새로운 거점이 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있다. 지금까지의 AI가 화면 안에서 글이나 그림으로 답하는 데 머물렀다면, 피지컬 AI는 트럭이나 농기계, 로봇처럼 '몸'을 가진 기계에 들어가 현실에서 직접 움직이고 일하는 기술이다. 전북이 이 산업의 적지로 꼽히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상용차와 농기계를 오래 만들어온 산업 기반이 이미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 사업은 지난해 정부 추경에서 국비 229억 원이 확보되며 첫발을 뗐다. 완주 이서와 전북대 일원에 실증 단지가 들어서고, 정부와 전북도는 2030년까지 사업 규모를 1조 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큰돈이 오랜 기간 움직이는 사업인 만큼, 새로 뽑힌 분들이 이 AI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4년의 모습이 달라진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교육감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주할 과제는 조금씩 다르다. 도지사에게 피지컬 AI는 새 산업을 유치하는 문제이기 이전에, 전북이 오래 해온 산업을 지키는 문제다. 완주 봉동의 현대차 공장과 군산의 타타대우는 한국의 중·대형 트럭을 30년째 만들어온 곳이다. 그런데 이 트럭 산업이 지금 큰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디젤 엔진이 전기와 수소로 바뀌고, 운전대를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잡는 쪽으로 가고 있어서다. 현대차 전주공장만 해도 2027년부터 중형 전기트럭을 새로 만들기 위해 생산 라인을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다. 운전대를 소프트웨어가 대신 잡는 이 변화가 곧 피지컬 AI이고, 전북에게 그것은 바깥에서 들여오는 낯선 산업이 아니라 30년 만들어온 트럭이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이 사업의 성패는 연구센터가 몇 개 들어서고 실증이 몇 건 이뤄졌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이 봉동과 군산의 공장 라인으로, 또 전북 청년의 일자리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도지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큰 예산이 실증과 보고서 안에서만 돌다가 정작 지역의 고용으로는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다. 시장·군수의 자리에서는 AI를 보는 눈이 또 달라야 한다. 시·군은 큰 산업단지보다 주민의 하루하루와 더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가 줄고 어르신만 남은 지역에서 AI는 새 산업의 이름이기 이전에, 사라져가는 생활을 떠받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전북은 이미 그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다. 농촌에서 가게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어르신들이 생필품 하나 사기 위해 먼 길을 나서야 하는 '식품사막' 현상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곳이 전북이다. 마을에 소매점이 없으니 두부 한 모, 달걀 한 판 사기도 쉽지 않다. 이런 곳에서 AI와 데이터는 화면 속 기술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알아내는 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처럼 흩어져 있던 45종의 정보를 한데 모아, 위기에 빠진 가구를 미리 찾아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이 신고하기를 기다리는 대신, 데이터가 먼저 위험 신호를 읽고 공무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여기에 안부 전화나 생필품 배달, 구매 대행 같은 생활 서비스를 묶으면, 시골 어르신의 장보기와 돌봄을 한 줄기로 이을 수 있다. 시·군이 고민할 것은 큰 시스템을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데이터로 먼저 살펴 정작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에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다. 교육감의 몫은 두 가지를 함께 길러내는 일이다. 하나는 AI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만든 것을 분별하는 눈이다. 먼저 다루는 능력이다. AI 도구는 빠르게 평등해졌다. 이제는 무료로도 웬만한 그림과 글,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 도구를 제대로 배우는 기회까지 평등한 것은 아니다. 도시의 학원가에서는 쉽게 닿는 배움이, 완주의 산골 학교 아이에게는 멀 수 있다. 학교가 그 출발선을 맞춰주지 않으면, AI는 격차를 줄이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격차를 벌리는 도구가 된다. 다른 하나는 분별이다. 학생들이 AI를 쓰는 데는 점점 익숙해지지만, 진짜 정보와 그럴듯하게 꾸며진 거짓, 실제 사진과 만들어진 이미지를 가려내는 일은 또 다른 능력이다. 전북교육청도 올해 이 점을 분명히 했다. AI 교육의 무게중심을 기술을 다루는 능력에서 윤리와 판단력 쪽으로 옮기고, 가짜뉴스와 딥페이크를 가려내는 법, 저작권과 개인정보를 지키는 법을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옳다. 남은 일은 이 방침이 공문서나 몇몇 시범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교실의 수업 시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가 AI를 다루고 분별할 줄 아는 아이를 길러내고, 그 아이가 자라 전북에 남아 트럭과 농기계를 만드는 일자리를 얻고, 사람이 사는 지역이 다시 어르신을 돌볼 여력을 갖는다. 산업과 복지와 교육은 결국 한 사람의 삶 안에서 만난다. 'AI 도시 전북'이라는 이름을 내거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그 AI가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과 생활에 실제로 가닿는 일이다. 새로 뽑힌 분들에게 바라는 것은 멀리 있는 청사진이 아니라, 그 4년 동안 도민이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 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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