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6.10.09 21:46
Today : 2026.10.10 (토)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누구나 조금은 작아집니다. 간판을 읽을 수 없고, 길을 물을 사람도 마땅치 않습니다. 얼마 전 일본 삿포로를 여행하면서 저는 그 낯섦을 AI와 함께 건넜습니다.
식당에서는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 AI에게 물었고, 골목에서 길을 잃으면 지도와 AI에게 번갈아 물었습니다. 이 동네에서 뭘 먹어야 하는지, 지금 가는 곳은 몇 시에 문을 닫는지도 AI가 알려주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AI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내가 가장 낯선 곳에 있을 때라는 것을요.
여행 중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삿포로의 한 쇼핑몰 인포메이션 데스크에는 직원이 없었습니다. 대신 마이크와 스피커가 놓여 있었습니다. 안내는 AI가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풍경은 머지않아 우리 동네에도 올 것이라고요.
그런데 여행 내내 AI에게 의지하다 보니, 문득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삿포로를 AI로 여행했듯, 전주 한옥마을을, 완주의 산촌 마을을, 부안의 바닷가를 찾는 외국인 여행자도 똑같이 AI에게 묻고 있을 것입니다.
“이 근처에서 뭘 먹으면 좋아?”
“이 마을에는 뭐가 있어?”
“오늘 갈 만한 곳이 어디야?”
그때 AI는 우리 지역에 대해 제대로 답하고 있을까요?
AI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지도, 검색 결과, 웹에 공개된 글과 같은 디지털 정보를 바탕으로 답합니다. 우리 가게의 영업시간이 지도 앱에 잘못 올라가 있으면, AI도 잘못 안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을의 축제가 어디에도 글로 남아 있지 않으면, AI의 답변 속에서 우리 마을은 쉽게 밀려납니다.
AI 시대에 지역의 경쟁력은 화려한 기술에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디지털 공간에 잘 올려두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다행히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구글 지도입니다. 외국인 여행자가 우리 지역을 만나는 첫 관문입니다. ‘구글 비즈니스 프로필’에 무료로 가게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이름, 영업시간, 메뉴, 사진을 올리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등록보다 갱신입니다. 휴무일이 바뀌면 바로 고치고, 계절 메뉴가 나오면 사진을 새로 올리는 것. 그 작은 부지런함이 AI의 답변을 바꿉니다.
둘째, 검색 가능한 공개 글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든, 홈페이지든, 지역 언론 기사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가게와 우리 마을의 정보가 검색 가능한 글로 남아 있느냐입니다. 우리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 우리 가게의 이야기, 주변 관광지와 연결되는 동선이 글로 존재해야 AI의 답변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화려한 글솜씨는 필요 없습니다. 위치, 시간, 가격, 연락처 같은 정확한 사실이 담긴 글 한 편이, 미사여구 가득한 글 열 편보다 힘이 셉니다.
삿포로의 무인 인포메이션 데스크 앞에서 저는 편리함과 함께 숙제도 보았습니다. AI가 안내하는 시대가 오면, 디지털이 낯선 어르신들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자리 곁에, 사람이 사람을 돕는 자리도 함께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것까지 고민할 때 우리 지역의 AI 시대는 비로소 준비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지도 앱에서 우리 동네 가게들을 검색해본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가게는, 여러분의 마을은 지금 AI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습니까?
오늘 한번 검색해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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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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