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6.07.2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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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여든이 되시는 우리 엄마는 호기심이 많다. 길을 걷다가 처음 보는 꽃이 있으면 "이건 뭐냐"고 묻고, 텔레비전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또 "저게 뭐냐"고 묻는다. 얼마 전 엄마 휴대폰에 제미나이(Gemini) 앱을 깔아드렸다. 이제는 굳이 누군가에게 묻지 않으셔도 된다. 궁금한 게 생기면 직접 물으시고, 답을 들으시고, 다시 또 묻는다. 답이 늘 정확하지는 않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는 그 대화 자체를 즐기신다.
우리 딸은 영상 제작 회사에 다닌다. 요즘은 AI로 영상을 만드는 일이 일상이고, 회사에서 만든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도 한다. 한 집에서 나이 차가 가장 큰 두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AI를 만나고 있는 셈이다.
가족이 각자 AI를 쓰는 풍경은 이제 흔하다. 그런데 함께 쓰는 것은 또 다른 일이고, 함께 만드는 것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일이다.
가정의 달이라고 하면 보통 카네이션을 먼저 떠올리지만, 올해는 가족이 함께 앉아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드는 것으로 시작하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부모님 젊은 시절 흑백사진을 AI에 올리면 생생한 컬러 사진으로 되살아나고, 그 사진들을 이어 붙인 짧은 영상이 어버이날 선물이 된다. 영상을 본 부모님이 한참을 말없이 화면을 들여다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 계획도 그렇다. AI에 "할머니와 초등학생 손주가 함께 걸을 수 있는 전주 1박 2일 코스를 짜달라"고 부탁하면 두 사람의 보폭과 체력에 맞춘 동선이 나온다. 어디서 쉬고, 어떤 식당에 들르고, 언제 느긋하게 앉아도 되는지까지. 누군가 한 사람이 애써 챙기지 않아도, 가족 모두에게 맞는 하루가 그려진다. 거창한 준비 없이도 가족이 같은 화면 앞에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는 것, 그것이 이 도구들이 가정의 달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까지는 AI가 만들어 놓은 것을 가족이 함께 쓰는 풍경이다. 그런데 한 발 더 들어가면, 우리 가족에게 꼭 맞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어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까웠던 적이 있다. 손맛이 깃든 김치 담그던 이야기, 처녀 시절 시장 다니던 이야기, 아버지를 처음 만나던 날 이야기. 받아 적을 사람도 없고, 어머니께 직접 글로 써달라 부탁드릴 수도 없다. 이런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두는 우리 가족만의 앱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어머니의 목소리만 있으면 된다. 어머니는 편히 말씀만 하시면 되고, AI가 텍스트로 옮겨 가족만 볼 수 있는 우리 집 이야기책에 한 장씩 더해주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요즘은 코드 한 줄 몰라도 AI에게 말로 시켜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목소리를 녹음해서 글로 바꿔주고, 날짜별로 모아서 가족끼리만 볼 수 있게 해줘." 이렇게 말하면 AI가 그대로 만들어준다. 이런 방식을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고 부른다.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것을 그냥 말하는 방식이다.
어머니 이야기책 앱이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도 어렵지 않다. 떨어져 사는 가족끼리 짧은 편지를 주고받는 앱, 식구들이 하루를 한 줄로 남겨두는 일기 앱, 우리 집에서 찍은 사진만 모아두는 앨범 앱. 시중에 비슷한 서비스가 있어도 우리 가족의 결에 꼭 맞지는 않다. 직접 만들면 그 결이 살아난다.
영상 제작 회사에 다니는 딸에게 나는 얼마 전, 내가 직접 정리한 바이브 코딩 입문 가이드와 영상 제작 시스템 만드는 법 자료를 건넸다. 함께 자료를 살펴보며 무엇을 만들어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귀했다. AI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또 영상 제작자로서, 도구를 쓰는 단계에서 도구를 만드는 단계로 가족이 함께 넘어가는 풍경이 더없이 반가웠다.
가정의 달이라고 거창한 이벤트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같은 화면 앞에 가족이 둘러앉아, 무엇을 함께 써볼지, 무엇을 함께 만들어볼지 이야기 나누는 그 시간이 이미 가정의 달이다. AI가 도구를 넘어 가족의 시간이 되는 자리, 그 시작은 우리 집 거실에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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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례 AI 활용 전문강사 | 평생교육 및 HRD 석사 공공기관·지자체·기업 대상 직원역량강화 AI활용교육 AI보안 · 업무자동화 · 노코딩 · 바이브코딩 · 클로드코드 · AI크리에이터 ???? 주요 활동: 전북, 전남, 충청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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