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6.06.03 23:16
Today : 2026.06.04 (목)

벚꽃이 절정을 지나면 봄의 시선은 산으로 옮겨간다.
그 끝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곳이 지리산 바래봉(1165m)이다.
매년 5월이면 능선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들며 전국의 등산객을 불러 모은다.
바래봉은 지리산 서북 능선 끝자락에 위치한 봉우리로, 형상이 스님의 공양 그릇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삿갓처럼 둥글게 퍼진 능선 덕분에 '삿갓봉'이라는 별칭도 가진다.
이곳 철쭉이 유독 선명한 붉은빛을 띠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70년대 방목된 수천 마리의 면양이 잡목과 풀을 먹어 치웠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만은 손대지 않으면서 약 6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군락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인간의 경제 활동이 의도치 않게 '천상의 화원'을 만들어낸 셈이다. 키가 낮고 밀도 높은 군락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모습은 정원을 조성해 놓은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산행은 운봉읍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시작된다.
완만한 임도와 숲길을 따라 사찰 운지사를 지나면 점차 고도가 높아지고, 약 1시간이면 능선에 닿는다.
능선에서 팔랑치로 향하는 구간이 산행의 하이라이트로, 양옆으로 흐드러진 꽃 사이를 걷는 길이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이른 아침 운해가 더해지면 신비로움은 한층 깊어진다.
철쭉 개화 시기는 통상 5월 초에서 중순 사이로, 방문 전 개화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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