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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10.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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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스마트폰으로 : ‘디지털 민주주의’ 와 농촌 소외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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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광장에서 스마트폰으로 : ‘디지털 민주주의’ 와 농촌 소외의 그늘

안병한 프로필 사진 2.jpg
(안병한 / 한터 대표이사)

 

인류 역사상 가장 이상적이었다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영토의 확장과 인구 증가라는 물리적 한계 앞에 대의제(간접 민주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효율성을 핑계로 권한을 위임받은 대의 정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민의를 왜곡했고, 급기야 ‘대표가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본질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 시점에서 등장한 스마트폰과 실시간 네트워크 등의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의 벽을 허물며 국민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를 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 역시 정당의 의사결정부터 정부 청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직접 참여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가 운영의 최고 회의라 할 수 있는 국무회의가 실시간으로 모든 국민에게 송출되고, 국민들의 의견 또한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뤄진다. 



하지만 농업·농촌의 현장에서 바라보는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마냥 장밋빛이 아니다. 기술이 가져온 ‘정치 지형의 변화’가 도리어 농촌의 목소리를 지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정치의 디지털 참여는 철저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소수자들과 그들을 품고 있는 도시, 특히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 여론에 의해 좌우된다. 정당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당원들의 투표로 주요 당론을 결정하고 팬덤 정치에 의존할수록,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역의 농어민들은 다수의 힘에 밀려 정치적 주변인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나 농업인구 감소 같은 생존이 걸린 농업 의제들은 수백만 명의 도시 직장인들이 클릭 몇 번으로 주도하는 디지털 공론장에서 좀체 힘을 얻지 못한다.



정치 방식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와 국회가 모바일 청원이나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며 소통을 자랑하지만, 이는 철저히 ‘디지털 능숙자’ 중심의 리그다. 농촌 현장에는 여전히 스마트 기기 조작이 서툴고 고령화된 농민들이 대다수다.



생성형 AI가 수백만 명의 의견을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는 시대라지만, 농어민들의 본질적인 목소리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누락된 소수 의견’으로 처리되기 일쑤다. 기술의 발전이 민주주의의 확장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도농 간의 ‘디지털 정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꼴이다.



여기에 더해, 이성적 숙의보다 감정과 동원력에 의존하는 한국 특유의 온라인 공론장은 식량 안보나 농촌 복지 같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과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자극적인 이슈에만 반응하는 디지털 포퓰리즘은 당장 눈앞의 표가 되지 않는 농업정책을 철저히 소외시킨다.



결국 기술 진보가 이끄는 디지털 민주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되, 현 구조대로라면 농촌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칼날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제도적 안전장치다.



농어민을 비롯한 디지털 약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인구수에 밀려 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보정 메커니즘’이 디지털 민주주의 시스템에 설계되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도구가 아닌, 벼랑 끝에 선 농촌과 농민의 권리를 지키는 진정한 보편적 권력으로 쓰일 때, 대한민국의 미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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